<이것은 논문이 아니다>(2024) 연작의 중심에는 학위 논문 심사 과정에서 '탈락'하여 '쓸모없음'을 선고받은 나의 텍스트가 놓여 있다. 실패의 증거이자 폐기되어야 할 이 텍스트는, 그러나 역설적으로 나에게 새로운 탐구의 가능성을 품은 예술적 '재료'가 되었다. 이 '탈락한 텍스트'는 나에게 학술 분야의 형식적 질서와, '성공과 탈락' 혹은 '쓸모 있음과 없음'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가치 기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언어적 논리로 설득에 실패한 바로 그 지점에서 시각예술 고유의 소통 방식이 어떤 다른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촉발한 것이다. 이 연작은 바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조형적 응답이었다.
이 연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방식은 '쓸모없는 것의 가치 전환'이라는 조형적 실천이었다. 학술적 맥락 안에서 '유용성'을 인정받기 어려웠던, 즉 '쓸모없다'고 간주될 수 있었던 텍스트는 이 시리즈를 통해 예술적 재료이자 성찰의 대상이라는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부여받으며 다양한 예술적 형태로 제작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조형 전략으로 활용된 것이 바로 '중첩'이었다.
나는 모교 미술학과 학위 심사에서 탈락했던 글을 모아 마치 논문처럼 제본한 작품을 만들었다. 예술의 자유와 보수성 사이에서 생겨난 학술적 제도의 아이러니에 의문을 품게 되었고, 학위 논문으로 인준되지 못한다면 텍스트 전체를 '작품'으로 사수하고자 했다. 겉으로는 논문의 형식을 따르지만, 책을 펼치면 양쪽 장이 중첩되어 있어 언어를 읽는 방법으로는 독해가 불가능하다. 이는 구어체를 이유로 '비형식의 논문'으로 정의된 채, 독자에게 드러날 수 없는 책의 내부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첫 장에는 '국문보라'가 있는데, 이는 '국문초록'을 비틀어 만든 것으로, 국문으로 제작한 이 작품을 읽지 말고 눈으로 '보라'는 의미와 초록색을 보라색으로 치환한 유희를 담았다.
<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총 38페이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30 x 21 cm, 논문 되지 못한 논문 (내부), 작가의 목소리를 학습한 AI 본문 낭독_2024
논문의 특정 페이지들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중첩시킨 뒤 대형 현수막으로 출력하여 비계 구조물에 설치한 버전 <언어의 합이다>, <이미지의 합이다>, <국문초록의 합이다>, <모든 조형의 합의 닷지다>는 텍스트의 물리적인 해체와 조형적 재구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국문 초록과 영문 초록, 텍스트 페이지, 도판 이미지 페이지 등을 각각 중첩시켜 시각적으로 재구성한 결과, 관객은 탈락한 텍스트의 내용을 읽기보다는 거대한 시각적 패턴이나 질감으로서 마주하게 된다. 이는 텍스트의 의미론적 기능을 유보시키고 그 물질성과 시각성을 전면에 드러내는 전략이다.
<언어의 합이다>, 180 x 127 cm, 비계 파이프에 인쇄된 현수막 설치_2024<언어의 합이다> 디테일 사진, 공간불모지_2024<이미지의 합이다>, 180 x 127 cm, 비계 파이프에 인쇄된 현수막 설치_2024<이미지의 합이다> 디테일 사진, 공간불모지_2024<국문초록의 합이다>, 180 x 127 cm, 비계 파이프에 인쇄된 현수막 설치_2024<국문초록의 합이다> 디테일 사진, 공간불모지_2024<모든 조형의 합의 닷지다>, 180 x 127 cm, 비계 파이프에 인쇄된 현수막 설치_2024<모든 조형의 합의 닷지다> 디테일 사진, 공간불모지_2024
여기에 더해, 프린터기에 '비형식의 논문'으로 정의된 페이지를 넣으면, 그것이 출력되고 다시 프린터기에 삽입되는 설치 버전 <낭독자와 판화 뱉는 자>를 선보였다. 이 과정을 반복할수록 페이지들은 무작위로 중첩되며, 언어는 점차 조형화되었다. 무작위로 중첩된 페이지를 끊임없이 출력하고 그 결과물을 다시 투입하는 순환 과정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쓸모없다고 인식된' 텍스트 데이터가 해체되고 물질화되는 과정 자체에 주목하게 하는 장치이다.
이러한 페이지 '중첩' 기법은 언어 또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제에 대한 나의 조형적 응답이자, 언어 너머의 다른 차원의 소통 방식을 제안하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기호의 뚜렷한 지시 모양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의미론적 속성에 오독성이나 해석가능성의 여지가 필연적으로 공존할 수밖에 없다면, 명료성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오히려 텍스트의 물질성과 시각성에 주목하는 조형 언어가 언어적 의미 해독과는 다른 종류의 소통, 즉 텍스트와의 물질적 만남을 통해 언어적 질서 문제를 고찰해 보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 논리의 근거였다. 나는 이를 통해 학술 제도의 기대를 떠나보고, 이것이 곧 미술의 방법이라는 함의를 내포하고자 했다. '중첩'된 텍스트를 통해 의미 해독의 좌절과 동시에 물질적 현존감을 지각하게 하며, 언어적 독해를 의도적으로 배반하여 관객이 텍스트의 물질성, 중첩된 형태의 복합성, 해체와 생성의 과정 자체를 감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했다. 이는 명료한 의미 전달의 믿음과는 다른 차원의 감각적 경험을 실험하려는 조형적 모색이었다.
더 나아가, 이 연작은 작품과 비작품,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질문하는 성찰과도 연결되었다. 탈락한 논문이라는 '비예술적' 텍스트가 예술 작품의 '내부'로 들어오고, 논문이라는 규범적 '틀' 자체를 차용하거나 텍스트를 물리적으로 해체하여 전시 공간이라는 또 다른 '틀' 안에 배치함으로써, 무엇이 작품의 본질이고 무엇이 부수적인 요소인지, 그리고 그 사이의 경계는 과연 명확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촉발해 보고자 했다.
결론적으로 <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시리즈는 나의 개인적인 탈락 경험, 즉 <이미지 되지 못한 이미지>(2020), <객화>(2021), <저편의 양>(2022)처럼 일종의 쓸모없음이라고 치부되오는 것을 가치 전환을 통해 다층적인 예술적 실험, 다시 말해 새로운 차원의 쓸모로서 전환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전시 전경 영상, 공간불모지_2024
《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전시 전경, 공간불모지_2024
《창수 곱창에 스치다》 아트상점 전경 영상, 내리마루 문화쉼터_2025
《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전시 전경, 공간불모지_2024<2개의 합은 보증서의 조형이다>, 30 x 21 cm, 메탈지에 프린트, 작품 보증 스티커, 알루미늄 액자_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