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

《객화》

<객화>(2021)는 전시 설치 과정에서 발생한 ‘타공 구멍’을 예술 작품으로 제시한 작업이다. 이 작업은 예술과 비예술, 중심과 주변에 대한 본인의 고민과 우연한 발견을 담고 있다. 본인은 원래 <이미지 되지 못한 이미지>(2020) 개념을 확장하여, 창작 과정의 잔여물들을 담은 사진 작품을 액자에 넣어 전시하고, 액자 틀이 작품의 의미와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려 했다. 이는 어쩌면 액자 자체가 미술의 조건, 즉 ‘객화’일 수 있다는 가설을 탐색하는 시도였다.


그러나 실제 전시 준비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였다. 준비했던 사진 작품들이 기대했던 아우라를 발휘하지 않는다고 느꼈고, 빈 액자만을 걸어보았으나 관객에게 충분한 질문을 던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다른 작품 설치를 위해 외벽에 뚫었던 타공 구멍에 작품을 걸었다 떼는 과정에서 마치 우주처럼 깊고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목격했다. 새하얀 벽에 생긴 타공 구멍이 예상 밖의 시각적 강렬함으로 본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순간 본인은 액자가 아니라 바로 이 ‘타공 구멍’이야말로 진정한 숨겨진 주역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 이 구멍들이 없다면 어떤 작품이나 액자도 벽에 걸릴 수 없었을 것이며, 전시장 안의 모든 작품이 이 보이지 않는 배경적 존재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항상 작품 뒤에 가려져 있거나 메워질 운명이었던 주변부이자 비예술적 요소, 나아가 흠집으로 여겨졌던 타공 구멍이 모든 작품을 가능하게 하는 숨겨진 주인공이라는 역설적인 재고를 하게 되었다. 이에 본인은 기존 계획을 수정하여, 빈 액자 프레임만을 사용하여 타공 구멍을 둘러싸는 방식으로 <객화>를 최종 구현했다. 액자 프레임은 주변적 존재의 의미를 강조하고 예술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상호보완적 장치로 기능하며, 프레임을 통해 주목받지 못했던 주변부의 것을 예술적 담론의 중심 대상으로 이동해 이들을 담화해 보려는 실험이다.


작품 제목 '객화'는 '화객(畫客)'을 뒤집은 말로, 예술가의 활동을 보조하는 주변적 존재('객')에 새로운 예술적 가치('화')를 부여하겠다는 의미이다. <객화>는 예상치 못한 발견과 개념적 전환을 통해 비예술적 요소를 예술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중심과 주변, 예술과 비예술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재배치하는 작업이다. 최소의 개입과 '객화'라는 이름 명명을 통해 타공 구멍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관객에게 익숙함에 가려진 사물의 내재된 가치와 기존의 가치 판단 기준 자체를 재고하도록 유도해 보고자 했다.

 

《객화》 전시 전경, 청라블루노바홀_2021
<객화>, 26 x 26 cm, 전시장 외벽의 구멍, 빈 액자, 유리_2021
《객화》 전시 전경, 청라블루노바홀_2021
《객화》 전시 전경, 청라블루노바홀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원형의 설>, 26 x 26 cm, 사진_2021
《객화》 전시 전경, 청라블루노바홀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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