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확률>(2021) 연작은 숫자를 활용하여 예측 불가능성과 불확정성이라는 주제를 탐구하고, 나아가 불확실한 현실을 예술로 감각하고자 시도한 퍼포먼스 기반 작업이다. 이 작품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었던 시기에 제작되었으며, 이러한 배경이 작품의 주제와 표현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 작업은 주사위 던지기라는 우연적인 요소를 작품 생성의 요소로 도입한다. 계획과 통제보다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법론을 메커니즘으로 삼았다. 3D 프린팅 기술로 8면체 주사위를 제작해 기타리스트를 섭외하여 작업을 전개하였다.
작품의 핵심 요소는 8면체 주사위와 이에 할당된 코드 체계이다. 각 면에는 특정한 음악적 코드(예: 1 = C코드, 2 = D코드, 3 = E코드, 4 = F코트, 5 = G, 6 = A코드, 7 = B코드, 8 = 뮤트 연주)가 부여되어 있다. 퍼포먼스 과정에서 기타리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에 해당하는 코드를 기반으로 연주가 진행된다. 중요한 점은, 정해진 코드라는 제약 안에서 연주자가 다양한 스케일을 활용하여 즉흥적인 연주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약적 즉흥성'은 통제와 자유, 규칙과 우연 사이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제한된 조건 속에서 발휘되는 창의성과 불확실한 현실에 대한 유연한 대처 능력을 상징한다.
본인은 <존재의 확률>에서 주사위 던지는 소리,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기타 소리를 결합하여 예측 불가능하고 다채로운 소리의 공명을 감각해 보고자 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경험했던 불안, 혼란,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힘에 휩쓸리는 듯한 환경을 이해해 보고자 하는 시도였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거나 특정한 메시지를 교훈적으로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마주한 불확실하고 때로는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현실을 예술의 언어로서 느껴보고, 그 제한된 조건 속에서 발휘되는 인간의 임기응변과 창의적 적응력을 드러내보고자 했다.
<존재의 확률>, 00:12:37, 단채널 영상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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